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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내손안에, 이런자신감으로 절대 기죽지 말라 [전남일보 2015.02.13]
아카데미 | 2015-02-17 14:51
조회 : 1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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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용 이사장님 인터뷰
광주 청년들 좌절감도 심각 내가 할 일은 없을까 생각하다 아카데미 열어 돕기로 맘먹어 전문교수단 재능기부 강의 중점두는 건 '氣 살리기 훈련' 829명 배출해 600명 정도 취업 정치판? 지금은 기웃거리지 않아 우리 사회 더 중요한 일 많더라 '청년 실신'(청년 실업+신용불량)이란 말이 있다. 우리 시대 청년들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신조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많은 청년들이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있다. 최근 한 중앙 일간지는 이른바 SKY(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 인문계 졸업생의 취업률이 40%대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방대 출신의 취업률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정찬용(鄭燦用ㆍ64) 사단법인 인재육성아카데미 이사장(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누구보다 그것을 절감한 사람이다. 청와대를 거쳐 현대ㆍKIA차 인재개발원장을 역임하면서 그는 전라도 출신, 지방대 출신들의 열악한 취업난을 직접 목격했다. 그래서 광주에 내려온 그가 처음 시작한 일이 (사)인재육성아카데미 설립이다. (사)인재육성아카데미는 곧바로 2009년 청년취업아카데미를 개설해 지역 대학생들의 취업 교육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11기, 829명이 이 과정을 수료했다. 그 가운데 600여 명이 대기업을 비롯한 유수의 직장에 취업을 했다. 정 이사장은 유신시절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했고, 80년대에는 경남 거창에 내려가 교육운동과 농민운동을 했다. 다시 광주로 귀향해 시민운동을 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인사수석을 지냈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 한 일 중에 가장 보람있는 일이 청년취업아카데미를 개설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를 광주 대인동 사무실에서 만나 청년 취업에 앞장서게 된 사연을 들어봤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는 광주자동차산업밸리추진위원회 위원장도 맡아 발이 부르트게 또 뛰고 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나는 사투리와 막걸리, 걷기 등 세 가지를 좋아하고 예찬하는 사람입니다. 요즘도 날마다 이를 실천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에는 자동차밸리 광주 사무소에 나갑니다. 화ㆍ수요일에는 인재육성아카데미 일을 하고 수요일 밤차로 상경해 목ㆍ금요일에는 서울에서 자동차밸리 관련 일을 봅니다. 일에 파묻혀 지내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광주에 내려와 '청년취업아카데미'를 개설하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정부에 들어가 23개월 동안 일을 하면서 정부 고위직이나 산하 단체 임원에 전라도 출신의 비율이 현저하게 낮다는 것을 절실하게 보고 느꼈습니다. 그 이유는 정치적인 소외가 일반적 소외로 굳어졌기 때문입니다. 광주에 내려와서도 지방의 인재들이 점점 좌절하고 있는 현실을 목격했습니다. 입사 지원을 하면 서류 전형에서 탈락해 버리는 현실이 청년들을 실의에 빠지게 합니다. 이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인재 육성과 발굴에 삶의 대부분을 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들과 함께 미래로 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2006년에 '무등사랑'이 문을 열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09년입니다. 첫해에 57명의 대학생이 회원으로 들어와 처음으로 6개월 과정으로 공부와 실습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시작을 해서 지난달 20일에 청년취업아카데미 11기 수료식을 가졌고, 지금까지 모두 829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습니다. -그동안에 성과는 좀 거뒀나요. △829명의 수료생 가운데 확인된 것만도 70%에 달하는 600명 정도의 청년들이 취업을 했습니다. 삼성ㆍ현대ㆍLGㆍSK 등 굴지의 대기업은 물론이고, 국내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도 많은 숫자가 들어갔습니다. 그 회사들에서 우리 수료생들이 일을 잘한다고 칭찬이 자자합니다. -커리큘럼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기에 그 어려운 취업의 관문을 속속 통과하는지 궁금합니다. △청년취업아카데미는 일차적으로 학생과 대학과 회사를 연결해 지역 인재들의 취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3C를 갖춘 인재'가 되도록 교육합니다. 첫째가 'Character'(품성), 둘째는 'Competence'(경쟁력), 셋째는 'Commitment'(열정)입니다. 커리큘럼은 필수 과정으로 자원관리능력개발, 의사소통능력개발, 문제해결능력, 자기개발능력, 구직 실제훈련, 취업진로활동, 업무현장실습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수요자 중심의 맞춤 과정을 택일해야 합니다. 실무와 이론을 갖춘 전문 교수단이 주로 재능 기부 형태로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내가 그들에게 특히 중점을 두고 시키는 것이 '기(氣) 살리기 훈련'입니다. 6개월 교육기간 중 2회에 걸쳐 지리산ㆍ무등산 등을 함께 등반하는 것입니다. 산에 가면 말로 할 필요가 없어요. 막걸리도 마시고, 산신령과 대화도 하면서 통쾌함을 절로 느끼게 됩니다. 교육 프로그램 중에 '서울을 내 손 안에'라는 것도 있습니다. 8박9일 정도 서울에 체류하면서 서울의 지리, 경제에 대해 교육을 시킵니다. 3명을 1개조로 짜서 국무총리실ㆍ삼성전자ㆍKBS 보도국 등 20곳의 대상지 가운데 조별로 골라서 3곳을 다녀오게 합니다. 이동은 지하철을 통해 반드시 일회용 표를 사서 이용하게 합니다. 그 다음 날은 북한산 등산을 하고 정상에서 어제 다녀왔던 곳을 눈으로 확인시켜 줍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학생들에게 자신감이 생기게 됩니다. 수료생들에게는 추천서도 써 줍니다. 어느 회사를 지원하든 면접은 쉽게 통과합니다. -외국 대학이나 기업 등과 교류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중국의 대학이나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수료생 829명 중에 일부를 또 뽑아 배낭여행 형식으로 해외에 파견할 계획입니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싱가포르 등으로 보낼까 합니다. 해외 연수에 소요되는 1억 원 정도의 재원은 신선호 전 율산 회장 등 독지가들에게 후원을 받을 생각입니다. -교육생은 선발시험을 거쳐 뽑는 것으로 아는데 청년들이 많이 응모합니까. △응모율이 2대1 정도 됩니다. 성적 중심으로 뽑지 않고 자기소개서도 보고, 얼마나 끈질지게 할 수 있나를 눈여겨 봅니다. 한 기당 1차로 130명을 뽑아 1박2일 합숙면접을 통해 최종적으로 100명을 선발합니다. 대상은 대학 4학년 졸업 예정자와 취업 재수ㆍ삼수생들인데 재학생 60%, 재수생 30%의 비율로 뽑고 있습니다. 선발생들을 분석해 봤더니 조선대생 60%, 여학생 50%, 인문사회계 60%의 비율로 뽑았더라고요. 주로 취업이 어려운 학생들이죠. -선발생들이 잘 적응하나요. 중도 탈락생도 있을 것 같은데요. △15% 정도가 중도 탈락합니다. 조기 취업이 돼서 나가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회사에 얘기를 하고 와서 끝까지 수료하고 가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또 토요일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교육을 하다 보니 고단해서 그만두는 학생들도 더러 있습니다. -청년취업아카데미를 무료로 운영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한데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습니까.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독지가와 '무등사랑' 회원들의 후원도 받습니다. 학생 한 명을 수료시키는데 320만 원 정도의 돈이 들어갑니다. -취업을 앞둔 우리 지역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첫째는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만 고집하지 말고 지역의 중견기업에도 도전해야 합니다. 우리 지역에도 탄탄한 중견기업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또 무엇보다 당당해야 합니다. 어느 회사도 기 죽은 사람은 뽑지 않습니다. 전라도 출신은 집안이 어렵고 취업이 안 되다 보니까 기 죽어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 죽지 않으려면 산에도 부지런히 다니고 연습을 해야 합니다. -지난해 말부터는 광주자동차산업밸리추진위원장도 맡아 눈코 뜰새 없을 것 같은데요. 광주자동차산업밸리에 대해 현대ㆍKIA차의 반응이 있습니까. △아직 반응이 전혀 없습니다. 과거에는 정몽구 회장과 교유도 했는데 이 일을 맡은 후에는 만나 주지도 않습니다. 현대ㆍKIA차가 국내 투자에 관심을 갖지 않은 이유를 우리가 이해해야 합니다. 한국 KIA차 직원의 평균 연봉은 9000만 원에 달합니다. 미국 조지아 공장은 7000만 원, 중국과 브라질 공장 직원의 초봉은 1000만 원 수준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생산성은 절반에 불과합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미국은 14시간, 중국은 19시간, 한국은 31시간이 걸립니다. 그뿐 아니라 외국 공장엔 노조가 아예 없고 해당 국가와 주 정부가 적극 지원을 합니다. 그에 반해 현대ㆍKIA차의 한국 공장은 노조가 연례행사로 파업을 합니다. 이런 한국에 누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광주자동차산업밸리의 미래가 어둡다는 뜻입니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ㆍKIA차가 광주 공장을 키우라면 안 키우지만 '공장을 멋지게 만드세요'라고 하면 응답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부회장을 통해 정몽구 회장한테 제안을 해놓은 것이 있습니다. 현재 광주 광천동 공장은 36만 평으로 좁아서 인사 사고도 생기고 대단히 위험한 공장입니다. 따라서 이 공장과 생산 라인을 평동ㆍ빛고을ㆍ빛그린산단 등에 300만 평을 주고 옮기게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조례가 제정되고 시의회와 시민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500개의 협력업체가 붙게 해야 합니다. 그곳에 튜닝센터와 주행시험장, 자동차박물관,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을 만들어 현대ㆍKIA차 직원들이 휴양소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뉴욕 벤츠 공장에서 미국인들이 1박2일 놀고 가는 것처럼 한국 국민들이 이곳을 찾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현대ㆍKIA차가 광주로 올 지도 모릅니다. 그 이전에 광주 시민들의 KIA 프렌들리도 절실합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무총리 후보자들이 잇따라 낙마를 했습니다. 청와대 인사수석을 지낸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무엇이 잘못된 것입니까. △박근혜 정부의 인사는 평가할 가치도 없습니다. 인사에 대한 철학ㆍ원칙ㆍ기구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 소꿉놀이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문고리 3인방'에 놀아나고 있지 않습니까. 참여정부의 인사는 '국리민복'이라는 확고한 원칙과 철학이 있었습니다. 하다 못해 코드라도 맞아야 하는데 그것조차 없는 것이 이 정부의 인사입니다. -청와대에서 나온 후 한때 선거에도 나간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정치에 미련이 있습니까. △5년 전에 광주시장 선거에 한 번 나가고 그 후에는 정치판을 기웃거린 적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정치보다 중요한 일이 많습니다. 앞으로는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인재육성아카데미나 자동차밸리위원회 일도 그 일환입니다. 논설실장 사진=배현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