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쌓은 스펙, 지방대 핸디캡 날렸다
[일터]전남대 출신 韓電 취업기
2009년 07월 10일(금) 00:00
화려한 스펙으로 무장한 명문대 출신 지원자들과의 경쟁을 뚫고 한국전력에 입사 박정윤(사진 왼쪽)씨와 반원섭씨. <한국전력 제공>
184명을 뽑는데 9천893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 53.8대 1. 사무직의 경우 85.2대 1에 달했다.
공기업을 목표로 공부를 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한전의 지난해 입사 경쟁률이다. 기업 이미지가 공공성이 강한 데다, 처우가 안정적이면서 복리후생제도도 탄탄해 전형에는 늘 많은 구직자가 몰린다. 입사 지원자들 면면을 살펴보면 이른바 국내외 명문대 출신에, 토익 만점자, 자격증 수가 3개 이상인 ‘고(高)스펙’이 즐비하다.
지난해 한전에 입사한 박정윤(여·25·해남지점 고객지원팀)씨와 반원섭(27·장흥지점 전력공급팀)씨는 ‘지방대(전남대)’출신으로 당당히 ‘신의 직장’에 들어갔다.
◇“이 회사 아니면 안 된다”=이들은 자신이 취업하려는 회사를 확실하게 정하고 ‘올인’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기업이라도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회사의, 어떤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에 맞는 스펙을 갖춰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대학 3학년 때부터 한전 입사를 목표로 준비한 덕에 서류전형과 필기 시험, 이후 면접 관문을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씨도 “공기업이 목표가 아닌, 한전맨이 될 각오로 준비를 했다”면서 “‘일단 무작정 시험보고 합격하는데 가자’고 생각해서는 취업난 뚫기 힘들다”고 했다.
이들은 또 회사의 연혁과 시스템, 관련 기사 등 취업하려는 분야에 대한 지식 습득은 기본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씨의 경우 입사 준비를 위해 1주일에 3∼4번씩 한전 홈페이지를 꾸준히 찾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지방대 핸디캡 잊어라=공기업의 경우 지방대 핸디캡은 특별히 없지만 서류 통과를 위한 기본 스펙은 갖춰야 한다.
박씨는 토익 925점, 사무자동화 자격증과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광주에는 공기업 전문 학원도 없고 관련 정보도 없었지만, ‘취업 스터디’로 극복했다. 팀원들끼리 시험을 내고 풀면서 실전 감각도 익혔다. 면접도 필기 시험 합격자들을 중심으로 스터디를 꾸려 1주일에 한번 정도 연습했다. 학교 취업지원센터의 모의면접 등도 활용했다.
박씨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라도 스터디를 하면 중요한 순서대로 ‘가지 치기’가 가능하고 놓치기 쉬운 문제도 발견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반씨는 전공에 매달린 경우다. 전기공학과인 만큼 전문 지식이 취업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서 전기공사기사, 전기기사 자격증도 땄다.
인터넷 동영상과 테이프를 통해 기술직 응시에 필요한 토익 850점도 달성했다.
토익 900점대가 흔한 세상이어서 다른 대학생들에 비해 영어점수가 달리는 것이 흠이지만 ‘전문 지식’이 취업에 도움이 됐다. 부족한 일반 상식은 매일 신문을 1∼2시간 정독하는 것으로 만회했다. 반씨는 “서류 전형을 통과할 스펙만 갖추면 지방대 핸디캡은 없다”고 말했다.
◇책에만 매달리지 마라=공기업에 들어가겠다며 책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틈틈이 시간을 쪼개 체험 프로그램이나 인턴십 등에 참여하면 사회를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를 수 있고 면접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회사 아니면 안 된다’는 열정으로 이에 맞는 경력을 갖춰나가면 바늘구멍을 뚫을 수 있다”고 말했다.(광주일보, /김지을기자)